Jason JunJason Jun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Michael Shellenberger

Highlights

천연자원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면 자원 부족 국가인 일본은 가난한 나라여야 하고 콩고는 부유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되었어야 마땅하다. 토지, 광물, 삼림, 석유, 가스까지 콩고는 천연자원 면에서 대단한 부국이니 말이다.

기후 변화가 수십억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의 어떤 보고서에도 그와 같은 종말론적인 이야기가 단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랄 것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미국 같은 선진국이 콩고 같은 “기후 지옥”이 되리라는 식의 묘사를 한 적이 없다. 가장 극심한 기후 변화가 닥쳐온다 해도 우리가 갖추고 있는 홍수 관리 체계, 전력 공급망, 도로 체계 등은 여전히 잘 작동할 것이다.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식물은 낮에는 광합성이 호흡보다 활발해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밤에는 호흡만 해서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 생화학적 과정으로 식물들은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바이오매스는 생태학에서는 단위 시공간 내에 존재하는 생물의 총체를 뜻하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각종 유기물과 유기체 가스, 땔나무와 숯에서부터 화학적으로 추출한 메탄 같은 바이오가스, 에탄올 같은 바이오알코올, 바이오디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모든 생물 자원을 가리킨다-옮긴이). “따라서 (식물만이 아닌) 아마존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다.

브라질을 향해 소송을 건 그레타 툰베리와 학생들의 주장과 달리, 아마존과 모든 식물이 흡수하고 저장하는 탄소는 지구 전체의 25퍼센트가 아닌 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삼림을 개간하고 화석 연료를 사용한 덕분에 부를 쌓을 수 있었던 선진국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브라질이나 콩고 같은 열대 지방 국가들이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 개발의 길을 걷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 35년간 사라진 것보다 더 많은 숲이 새로 생겼다. 그 면적을 합치면 텍사스와 알래스카를 합친 정도가 된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유럽에는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덴마크를 합친 것과 비슷한 면적의 숲이 새로 생겨났다.25 그레타 툰베리의 나라인 스웨덴에서는 지난 100년간 숲이 2배로 늘어났다.

삼림 파괴와 화재 증가는 근본적으로 경제 성장을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정치인이 부응한 결과다.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 부족 탓이 아니다.

왜 브라질은 수출용 콩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베어 내는 걸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은 우선 브라질의 현실을 똑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브라질은 인구 중 4분의 1이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다. 내가 콩고에서 만난 여성 베르나데테와 다를 바 없는 가난 속에서 산다. 그런 사람들의 고통을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환경주의자들은 간과하거나, 때로는 아예 무시해 버리는 것이다.

인간은 도시를 건설해 살면서 더 많은 부를 쌓기 시작한 다음에야 자연을 아끼고 배려하고 돌보아야 할 무언가로 여기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지구 산소의 20퍼센트를 공급”한다는 환상은 1966년 코넬대학교의 어떤 과학자가 내놓은 논문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4년 후 한 기후학자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왜 우리가 그 문제를 걱정할 필요 없는지 설명했다. “인간이 초래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거리 목록 중 빠지지 않는 게 있다면 바로 산소 공급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산소 공급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부족해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인류의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버리기 전까지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한다. 비닐봉투는 해양에서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고작 0.8퍼센트를 차지할 뿐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천연 재료를 인공 재료보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여긴다. 그런 관념은 극복될 필요가 있다. 인류는 인공 재료로 바다거북과 코끼리를 멸종에서 구했다. 만약 우리가 그런 본능에 집착했다면 거북들이 얼마나 더 큰 위기에 처했을지 상상해 보자.

일각에서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한 과장 섞인 주장이 오히려 생태 보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이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만약 우리가 진정 여섯 번째 멸종을 경험하고 있다면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없다.”

2050년까지 인류가 동물성 식품과 제품을 완전히 끊고 목초지를 전부 숲으로 되돌린다 해도 그 효과는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10퍼센트를 절감하는 데 머물 것이다. 모든 미국인이 육류 소비를 4분의 1가량 줄인다 한들 온실가스 배출량은 1퍼센트 줄어들 뿐이다. 모든 미국인이 채식주의자가 된다 한들 미국의 탄소 배출량은 고작 5퍼센트 정도 줄어들 것이다

축산업에 대한 15건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공장식 축산 대신 방목형 축산을 택할 경우 소고기 1킬로그램당 14배에서 19배의 땅이 더 필요해진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저널리즘대학원 교수인 마이클 폴란MIchael Pollan은 2007년 출간한 《잡식동물의 딜레마The Omnivore’s Dilemma》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채식주의자의 윤리적 명료함을 보면 내 안에서 질투심이 끓어오른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측은한 기분도 든다. 순수한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대체로 현실 부정에 입각해 있고 일종의 오만을 내포하고 있다.”

환경주의자들의 원자력 반대를 두고 MIT의 기후학자 케리 이매뉴얼은 이렇게 지적한다. “둘 다 주장할 수는 없는 거죠. 만약 그들이 기후 변화가 세계의 종말을 불러온다고 또는 용납해서는 안 될 위험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피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 중 하나[원자력]를 배제하려 든다면, 그들은 일관성이 없을뿐더러 정직하지도 않은 거예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공포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대중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자는 아주 편리하게 원자력을 소재로 동원했다. 핵폭탄이나 발전소 같은 거대한 무언가가 아니라 거의 무해하다 볼 수 있는 연료봉 하나로 엄청난 재앙이 벌어지는 것처럼 묘사해 댔다.

“인류가 그 봉인을 해제하는 방법을 알아 버린 지금 원자력 에너지를 우리의 삶에서 악마처럼 쫓아낼 수 있을 항구적 방법은 없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위해 작성한 1952년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신재생 에너지가 가진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은 등장하지 않았다. 태양광과 풍력이 점점 더 비싸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간헐적 에너지라서 그것을 뒷받침해 줄 같은 용량의 발전 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 밀도가 낮아서 더 많은 토지와 송전선, 발전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의 문제는 기술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게 문제다.

단순한 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은 그것을 건설하고,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데 투자한 만큼의 에너지를 생산해 내지 못한다.

에너지 밀도와 전력 밀도가 높을수록 연료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은 줄어들고 낮을수록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 모든 환경학 교실에서 배워야 마땅한 내용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원인은 심리적이기도 하고 이념적이기도 한데, ‘자연적인 것이 좋다appeal to nature’는 낭만적 오류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오류에 빠질 경우 사람들은 신재생 에너지가 화석 연료나 우라늄보다 더 자연적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자연적일수록 환경에 더 이롭다고 잘못 생각한다.

외부로 유출된 사내 문건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1970년대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엑손모빌은 그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경고하는 대신 기후 변화 회의론을 퍼뜨리는 단체에 수천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 사람들에게 과학적 결론이 모호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다.

2019년 8월 툰베리는 유럽에서 뉴욕까지 배를 타고 갔다. 탄소 배출 없는 삶의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툰베리가 신재생 에너지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한 일은 비행기보다 4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항해에는 배를 몰 사람들이 필요했고 그 사람들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도약’은 현실 속에서 벌어지지 않는다. 1인당 국민 소득은 1인당 에너지 소비와 거의 정확하게 정비례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부유한 국가도 없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가난한 나라도 없다.

유엔은 가난한 나라가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도 부유해질 수 있다는 발상을 퍼뜨리는 선봉에 섰다. 모든 부유한 나라가 걸어 온 현실과 극명히 대조되는 길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가난한 나라가 ‘에너지 도약’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이런 생각은 쉘에서 근무했던 경제학자 아르튀르 판 벤텀에 의해 허구임이 폭로되었다.

선진국을 부유하게 만들어 준 기술을 가난한 개발도상국에는 도입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행동은 비윤리적이다.

1845년 곰팡이성 전염병이 퍼져 아일랜드의 감자 농사를 망쳐 놓았다. 훗날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불리는 사건의 시작이었다. 1845년부터 1849년까지 아일랜드인 100만 명이 굶어 죽고 100만 명 이상이 아일랜드를 떠났다. 지금도 사람들은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을 감자 농사의 실패에서만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기근이 닥쳐온 기간에도 아일랜드는 영국으로 식량을 수출하고 있었다. 심지어 소고기까지 수출했다. 아일랜드 농부들은 소작료를 내기 위해 심지어 아이들이 굶어 죽는 와중에도 돼지를 팔아야 하는 처지에 내몰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