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on JunJason Jun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Bill Gates

Highlights

우리가 2020년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5퍼센트 감축하는 데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생각해보자.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었고 수천만 명의 사람이 실직했다. 다시 말해서 누구라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껏해야 5퍼센트, 어쩌면 이보다 더 적게 감축됐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 정도 감축된 것이 놀라운 게 아니라, 이 정도‘밖에’ 감축되지 않은 것이 실로 놀랍기만 하다.

오늘날 배출되는 온실가스 가운데 5분의 1은 1만 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대기권에 남는다고 한다.

연료 사용을 완전하게 포기하거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든 활동(시멘트를 만들거나 비료를 사용하거나, 또는 천연가스발전소에서 메탄이 누출되는 것 등)을 완전하게 멈춘다고 해도 제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기후학에서 1~2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섭씨 6도 낮았을 뿐이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4도 높았을 뿐인데, 이때 북극권 북쪽에는 악어도 살았다.

우리가 대기권에 배출하는 모든 탄소는 온실효과를 가중시킨다는 엄중한 물리학 이론을 피할 수 없다.

세계는 매일 40억 갤런(약 150억 리터)이 넘는 석유를 사용한다. 비단 석유가 아니라 그 정도 양의 다른 무언가를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안 좋다는 이유로 당장 하룻밤 만에 사용하기를 멈출 수 있겠는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석유는 탄산음료보다 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6퍼센트의 사람들이 세계 배출량의 약 40퍼센트를 배출한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이 수치는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지만 부자 나라에서 소비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나오는 배출량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사다리 아래에서 올라오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막는 것은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부자 나라들이 지금까지 너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계속 가난하게 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 일도 아니다.

1840년부터 1900년까지 석탄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5퍼센트에서 거의 50퍼센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천연가스는 1930년부터 1990년까지 60년이 지나는 동안 20퍼센트까지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이처럼 에너지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세계가 이토록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끼칠 피해를 무시했을 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기술이 청정에너지 기술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우리가 탄소를 배출하는 ‘더러운’ 기술에서 벗어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에너지 경제로 전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예를 들어 지하에 묻힌 전선은 더 이상 눈엣가시가 아니다. 하지만 전선을 지하에 묻으면 비용이 다섯 배에서 최대 열 배까지 상승한다(문제는 열이다. 전기가 흐르는 전선은 뜨거워지는데, 전선이 밖에 있다면 열이 공기 속으로 흩어지니 문제가 아니지만 지하에서는 열이 갈 곳이 없다. 열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전선이 녹는다). 따라서 몇몇 기업들은 열 문제를 해결하고 지하 전선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송전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1,000개에 달하는 시나리오를 분석했고, 그중 가장 싼 방법들은 모두 깨끗하고 언제나 작동 가능한 에너지원, 즉 원자력을 활용한 방법이었다.

원자력은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원자력은 그 어떤 화석연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현실적으로 핵융합은 매우 어렵다. 핵과학자들 사이에서는 “핵융합이 정착하려면 아직 40년이나 남았고, 아마도 항상 40년 남을 것이다”라는 농담이 돌 정도다.

놀랍게도 리튬이온전지(노트북과 휴대폰에 사용된다)의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기가 어렵다. 연구원들은 우리가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금속을 시험했지만, 우리가 이미 만든 배터리보다 성능이 월등하게 뛰어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금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성능을 세 배 정도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50배 향상시킬 수는 없다.

콘크리트는 녹이 슬지도 않고 썩지도 않으며 불에 타지도 않는다. 현대에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쓰는 이유다. 수력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댐을 만드는 콘크리트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언젠가 자유의 여신상을 보게 되면 발밑의 받침대를 유심히 보기 바란다. 그 받침대도 2만 7,000톤의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배터리 기술에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배터리는 절대 비행기나 배를 매우 짧은 거리 이상 움직일 수 있도록 가벼워지거나 강해지지 않을 것이다.

대체 연료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항해는 전체 배출량의 3퍼센트를 차지하므로 청정연료를 사용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배출량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를 움직이는 데 사용하는 연료(이런 연료를 벙커유bunker fuel라고 부른다)는 휘발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로 만들기 때문에 굉장히 저렴하다. 이처럼 벙커유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선박의 그린 프리미엄은 굉장히 높다.

냉방 기술은 1902년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라는 엔지니어에 의해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인쇄소에서 종이가 출력되면서 구겨지는 현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였다. 인쇄소의 높은 습도 때문에 종이가 구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캐리어는 습도와 온도를 낮추는 기계를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에어컨의 아버지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약 16억 대의 에어컨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 에어컨들이 모두 고르게 분포된 것은 아니다. 미국처럼 부유한 국가에는 90퍼센트가 넘는 가정이 냉방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더운 나라들에는 전체 가정의 10퍼센트 이하만이 에어컨을 가지고 있다.

온난화로 더워지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어컨을 틀수록 기후변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에어컨을 사용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더 많은 에어컨을 설치할수록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바닷물에서 소금을 제거해 식수로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바닷물을 담수화 시설로 옮겨 소금을 제거한 식수를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지구공학은 지구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이미 우리는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지구를 대상으로 거대한 실험을 하는 중이지 않은가?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장치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다. 새로운 혁신을 최대한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정책도 혁신이다.

경쟁업체들이 화석연료로 만든 제품을 값싸게 파는 상황에서 제로 탄소 기술에 미래를 거는 모험을 할 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기술, 정책, 시장이 서로 보완하면서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나는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은 많은 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계획이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기후 과학은 왜 우리가 기후변화라는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지만,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했던 것처럼 우리는 야심 찬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국제협약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러한 합의들이야말로 발전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오존층이 아직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1987년에 채택된 오존층 보호를 위한 환경협약—옮긴이) 덕분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당신이 기억해야 할 숫자가 두 개 있다. 하나는 510억이고 다른 하나는 제로(0)다. 우리는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권에 배출한다. 정확한 수치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이다. 510억 톤은 가장 최근 데이터에 근거한 수치다. 전 세계 배출량은 2020년에 약 5퍼센트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2020년 탄소 배출량을 모르기 때문에 나는 510억 톤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주기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제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멈추고 기후변화가 불러올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여기서 최악의 상황이란 매우 나쁜 상황이다—인류는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어야 한다.

산업화 이전의 시대, 즉 18세기 중반 전까지 지구의 탄소순환carbon cycle은 아마도 균형을 유지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생물계는 지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만큼 흡수했을 것이다. 그러다 우리는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했다. 화석연료는 지하 깊숙한 곳에 묻혀 있던 탄소로 만들어진다. 수백만 년 전의 식물들은 압축되어 석유나 석탄 또는 천연가스가 된다. 우리가 이런 연료를 시추해 태우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이렇게 배출되는 탄소가 대기권에 이미 존재하는 탄소에 더해지면서 결국 대기권에 잔존하는 탄소의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말하는 ‘제로’는 탄소 배출이 제로가 된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제로는 ‘거의 순 제로near net zero’를 의미한다(순 제로는 배출되는 양과 제거되는 양이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탄소 중립과 상통한다—옮긴이). 물론 탄소를 100퍼센트 제거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고, 99퍼센트만 제거한다 해서 기후재앙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탄소를 제거하는 양이 커질수록 우리가 누리는 혜택은 더 커진다.

메탄은 난로나 온수기를 작동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이다. 분자 단위로만 본다면 이런 가스들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메탄의 경우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이산화탄소보다 120배나 더 심한 온난화를 초래한다. 하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만큼 대기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차를 주차해본 사람은 이미 작은 규모의 온실효과를 경험한 셈이다. 자동차 앞유리가 햇볕을 받아들이고 자동차 내부에 열을 가둔다. 그래서 자동차 내부의 온도가 외부의 온도보다 훨씬 뜨거워지는 것이다.